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의 넋을 기리는 합동 추모식이 사고 발생 20일 만에 엄수됐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무안국제공항 2층에선 희생자 유가족과 국토교통부 주최로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전남도와 광주시, 무안군은 추모식을 주관했고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소방청, 경찰청, 국회특위는 후원했다.

추모식 시작 한참 전부터 장내를 지킨 700여명의 유가족과 정부 관계자 300여명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마음을 달랬다. 담담해 보였던 유가족들의 얼굴은 추모 공연 진도 씻김굿이 시작되면서 슬픔이 차올랐다.

진도 씻김굿 보존회는 혼맞이 소리, 고풀이, 씻김, 넋올리기, 지전춤, 길닦음 순서로 구성된 추모 공연을 통해 약 30분간 망자의 원한을 풀어주고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추모 공연이 끝난 뒤 국민의례 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의 시간과 헌화·분향, 추모사가 이어졌다. 첫 순서로 단상에 선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추모사를 낭독하려다가 북받치는 감정에 고개를 떨군 뒤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179명의 희생자는 소중한 부모였고 사이좋은 형제, 귀중한 아들딸, 항상 마주쳤던 동료이자 이웃·선배였다”며 “지금도 집에 가면 그들이(희생자) 환한 모습으로 마중 나올 것 같고 그들이 살던 공간에는 아직도 채취가 아른거린다”고 읍소했다. 이어 박 대표는 “하늘에서 다시 만날 때 당신들의 몫까지 살았다고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며 “억울하게 돌아간 희생자들이 한을 풀 수 있도록 참사 원인을 하나의 숨김과 거짓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는 유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이 아픔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 나가겠다”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도 추모사를 통해 유가족을 위로하며 안전 사회가 구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추모사 후 참석자들은 추모 영상 등을 보며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고 유가족 3명은 차례로 단상에 올라 떠나간 식구들을 향해 쓴 편지를 낭독했다.

이후 가수 송하예씨의 추모곡 ‘내 영혼 바람되어’를 끝으로 이날 추모식은 마무리됐고 유가족들은 교대로 사고 현장을 찾았다.

첫 순서로 오후 1시9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 도착한 이들은 박 대표를 비롯한 유가족들과 최 권한대행 등 70여명이었다.

유가족들이 현장을 처음 찾았을 때 활주로에 산산이 흩어져 있던 여객기 잔해는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러나 기체에서 샌 연료가 활주로에 밴 탓인지 매캐한 냄새가 풍겼고, 여객기와 부딪친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LLZ)은 여전히 파손된 상태였다.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부서진 잔해와 토사가 여기저기 흐트러진 사이로 엿가락처럼 휜 로컬라이저 안테나도 눈에 띄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버스에서 내린 유가족들은 로컬라이저 앞에 나란히 서기 시작했는데, 일부는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일 수도 있는 흉물(凶物)을 똑바로 보기 힘들어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닦아내던 유가족들은 사회자의 발언에 맞춰 약 30초간 함께 묵념했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묵념을 끝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면서 유가족들은 떠나간 식구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몇몇 유가족은 등을 돌리기 전 로컬라이저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다음 달 15일 49재를 지내고 사고 현장을 마지막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