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여전히 너희와 세월호라는 시간에 갇혀 있단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7시께 목포 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사랑하는 자녀들을 떠나보낸 그 바다로 다시 나가기 위해 경기도 안산 등 각지에서 온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으로 떠날 해경 경비함이 준비를 마치자 유가족들은 하나둘 배 위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4·16재단, 온마음센터 등 ‘세월호 참사 10주기 선상추모식’ 참여자 86명이 모두 탑승하자 배는 못다 핀 꽃들을 삼켜버린 해역으로 출발했다.

오전 10시30분께 침몰 위치를 알려주는 ‘노란 부표’가 보이기 시작하자 유가족들은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사망자 299명과 미수습자 5명 등 희생자 304명을 기리기 위한 뱃고동이 3차례 울려 퍼지면서 선상추모식이 진행됐고, 중간쯤 세월호 참사 추모곡 ‘잊지 않을게’가 흘러나오자 곳곳에서 울음이 새어 나왔다.

유가족들을 대표해 추모사를 읽은 고(故)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권씨는 “매년 4월이 되면 돌아오지도, 볼 수도 없는, 사랑하는 아들, 딸들이 그리워 가슴이 미어진다”며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그 배에 태우지 않았을 것인데 너무나 후회된다”고 한탄했다.

이어 김씨는 “엄마, 아빠는 여전히 너희와 함께 10년 동안 세월호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라며 “(그럴 수 있도록)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 유가족은 차례로 호명되는 희생자 304명 가운데 자녀의 이름이 나오자 바닥에 주저 앉아 한참을 오열했다.

바다 위에 흰 국화꽃을 띄운 한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좋은 곳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느냐”며 안부를 물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오빠를 보러 왔다는 이호정씨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오빠를 보러 왔는데 바람이 너무 차가워 마음이 아프다”며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애써 슬픔을 삼켰다.

선상추모식을 마친 뒤 유가족 등은 목포신항에 거치 중인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세월호잊지않기목포공동실천회의 주관으로 오후 2시30분에 열린 기억식에 참석, 애도를 이어갔다.

추모 묵념 후 이어진 기억사에서 김인숙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10년이 흘렀어도 자식을 잃은 아픔은 그대로”라며 “가장 두려운 것은 희생자들이 세상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함으로써 이 땅에 다시는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이태원참사 가족협의회 이종민씨는 연대사를 통해 “세월호와 이태원 모두 책임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며 “10년이 지났어도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는데, 더 이상 대한민국에 참사로 인한 아픔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생명안전사회를 위한 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낭송 등의 순서 후 선체 앞에서 헌화하는 것으로 기억식은 마무리됐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이 옮겨진 진도 팽목항에선 이날 세월호참사10주기진도연대 주관으로 추모·기억식이 열렸고 이 밖의 광주·전남 곳곳에서도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장은정 기자